몰랐던 송태섭의 이야기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명작 슬램덩크가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슬램덩크의 팬으로서 꼭 관람해야 할 영화였는데, 영화는 놀랍게도 만화에서는 큰 비중을 갖지 못했던 송태섭의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송태섭은 오키나와 태생으로 부모님과 형,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나 송태섭은 아버지를 일찍이 여의게 됩니다. 이후 형 송준섭은 가장의 역할을 감당하게 되고, 송태섭은 형을 의지하고 따르며 그 슬픔을 이겨내려 합니다. 이렇듯 형을 따라 농구도 관심을 갖게 되고, 형과 함께 아지트 역할을 하는 동굴에서 둘 만의 추억을 만들어갑니다. 어느 날 형 송준섭은 동생과의 농구약속을 미루고 친구들과 바다 낚시를 하러갑니다. 형과 농구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던 송태섭은 형에게 서운한 마음을 담아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송태섭은 그 순간이 형과의 마지막 만남이 됩니다. 모진 말로 형을 보냈던 죄책감으로 하루 하루를 견뎌내던 송태섭은, 이를 극복하려 농구에 몰두했지만 아쉽게도 뛰어난 농구 선수였던 형에 비해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방황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물론 처음부터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송태섭은 일진들에게 맞는다거나, 패거리들과 잘못 엮여 폭행 사건에 연루되기도 합니다. 결국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한 송태섭은 문득 고향인 오키나와로 가게 됩니다. 오키나와에서 송태섭은 형과의 추억이 있던 동굴에 방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농구에 대한 추억을 다시 맞닥드리고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영화는 현재 시점으로 돌아옵니다. 지난한 과거들을 거쳐 송태섭은 어느새 북산의 대표로 산왕전에서 뛰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 때와는 달리 형의 장례식 때는 직접 어머니를 위로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렇게 농구 역시 형에 준하는 실력으로 성장하게 된 송태섭은 다른 팀원들과 함께 산왕전에서의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엎치락 뒤치락하며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지만, 북산의 끈끈한 팀워크와 기개로 역전승을 거두게 됩니다. 연이은 경기를 통해 송태섭의 어머니도 그의 성장을 마주하게 되고, 이제는 슬픔에 잠겨 남은 자식을 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가 아닌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이러한 어머니의 변화를 느낀 송태섭 역시 형의 유품이었던 손목밴드를 주며 서로 간에 쌓여 있던 해묵은 감정들을 해소하게 되죠. 이후 송태섭은 미국에 진출하게 되고,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The First = 포인트 가드
줄거리에서 적었던 것처럼 사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아무래도 스포츠를 다루다보니 글로 풀어내기는 간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포인트를 얻고 역전승을 하고, 역전패를 당하고, 다시 역전승을 해내는 것이 스포츠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과정을 어떻게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느냐가 이야기의 성공 가도를 정하는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바로 그런 점에서 탁월합니다. 그 점이 슬램덩크를 이렇게 유명한 만화로, 그리고 이렇게 영화로까지 이끈 비결이기도 하며, 이 영화 또한 성공하게 만든 비결이기도 합니다. 처음 개봉할 때도 롱런이었지만, 요즘 영화가에서 다시 한번 재개봉으로 만나볼 수 있을 만큼 말입니다. 이번 영화에서 기존 만화에서 두각을 보이지 않던 송태섭의 이야기가 펼쳐진 것에 대해 많은 의견이 갈리기도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만화는 강백호나 서태웅 위주로 전개되다보니 그 둘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몰랐던 송태섭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점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어쩌면 영화 제목에서 송태섭의 이야기가 진행 되 것을 암시합니다. 더 퍼스트(first), 송태섭이 팀에서 맡고 있는 포지션은 '포인트 가드'인데, 농구에선 이를 1번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풀어가다보면 더 퍼스트(first), 더 세컨드(second), 더 써드(third), ... 이런 식으로 각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돌아가면서 엿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퍼스트에서 끝난다고 해도 영화는 정말 완성형이었습니다. 기존에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던 화질과는 확연히 다른 퀄리티의 영화를 보게 되니 이들의 근육 움직임이나 동작, 표정 모든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으며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짜릿함까지 더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관객석의 작화는 굉장히 어색했지만, 이러한 영화의 작화 퀄리티만으로도 기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져 있던 팬들에게는 이미 큰 기쁨을 선사했으리라 보입니다.
지금까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줄거리 및 느낀 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