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션샤인> 이야기
20년이 되어가도록 변화지 않는 명작, <이터널 선샤인>이 다시 한번 넷플릭스에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다시 보았지만, 그간 주기적으로 10번도 넘게 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조엘(짐 캐리)이 꿈에서 깨면서 시작이 됩니다. 잠옷을 입고 깬 조엘은 뭔가 낯설다는 듯한 표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요. 평소와 다름 없이 씻고 옷을 갈아입고 회사로 출근하는 기차를 타려던 조엘은 문득 몬탁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몬탁행 열차의 탑승을 알리는 안내 방송과 함께 조엘은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어 기차를 타러 달리는데요. 가까스로 기차에 탑승한 조엘은 회사에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몬탁의 해변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역에서부터 마주친 파란 머리의 주황 후드 집업을 입은 여자와 계속해서 동선이 겹치게 됩니다. 몬탁의 한 카페에서는 서로 눈이 마주쳐 건배를 하는 제스처까지 나누게 됩니다. 물론 여자를 대하는 것이 쑥맥인 "재미 없는" 사람의 전형인 조엘은 뻣뻣한 제스처만 날리게 됩니다. 결국 돌아가는 기차에서 여자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은 자신을 소개하고, 조엘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너무나도 다른 서로의 성향과는 달리 대화가 잘 통하던 둘은 돌아와서도 인연을 이어갑니다. 어느 날 클레멘타인의 집 앞에서 차를 대놓고 기다리는 조엘에게 누군가가 다가와서 이상한 질문을 던집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영화는 다시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조엘은 오랜 연인 클레멘타인과 다툰 뒤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여 선물을 준비하여 사과하고 화해하려고 합니다. 클레멘타인은 서점에서 일하는데, 사과하려고 갔던 조엘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죠. 단단히 화가 났다고 생각한 조엘은 계속해서 사과를 하지만 클레멘타인은 여전히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대하더니 조엘의 눈 앞에서 웬 모르는 남성과 애정 행각을 벌입니다. 당황한 조엘은 자신의 친구 부부를 찾아가서 이 일을 이야기하고, 그 부부는 사실 클레멘타인은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사'에서 조엘에 대한 기억을 지웠고 기억을 지웠으니 이에 대해 아는 채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 편지가 그 회사로부터 왔다며 놀라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조엘은 회사를 어딨는지 물었고 자신도 그 회사에 가서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워달라고 합니다.
기억을 지우기 위해 조엘은 라쿠나사에서 준 잠옷과 수면제를 먹고 잠에 듭니다. 기억을 지우는 일을 맡은 직원들이 찾아오고, 머리에 헬멧을 씌웁니다.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서로를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사랑했으며,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역순으로 기억을 찾고, 그런 다음 그 기억을 지우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조엘은 자신의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지 역설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시간이 거꾸로 흐를수록 제발 이 기억만은 남겨 달라고 애원합니다. 물론 수면제를 먹은 상태인 조엘의 외침은 들리지 않습니다. 여기서 라쿠나사의 간호사인 메리(커스틴 던스트)가 잠시 조엘에 집에 찾아오게 됩니다. 그러나 메리에게도 사연이 있었습니다. 바로 라쿠나사의 대표 의사인 하워드(톰 윌킨슨)를 사랑하고 있는데,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었죠. 사실 메리는 가정이 있던 하워드와의 관계를 기억을 지움으로써 정리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다시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알게 된 메리는 이를 계기로 모든 고객들에게 기억을 지울 때 제공했던 녹음 파일과 정보들을 돌려 주고, 그들의 기억이 지워졌던 것임을 알리려 합니다. 결국 기억을 지우는데는 성공했지만, 이 우편을 받게 된 조엘은 자신도 몰랐던 자신과 클레멘타인의 관계를 알게 되고, 녹음 파일을 통해 서로를 비난했던 적나라한 내용까지 듣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서로에게 빠지게 되었던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괜찮아"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이 나게 됩니다.
아프지만 소중한 추억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미셸 공드리 특유의 상상력이 담뿍 담긴 영화입니다. 아무래도 2005년에 나와서 기억을 지우는 과정이나 절차 자체는 유치해 보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생각해 본 공상과학 속 주제를 연인과의 관계를 통해 풀어내다 보니 깊은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억을 지우는 과정 속에서 조엘은 계속해서 그만 둬 달라고 소리칩니다. 기억 때문에 아프지만 사실 그 기억 자체는 너무나도 소중해서 자신의 일부이자 전부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인지도 모릅니다. 클레멘타인은 사라져 가는 기억 속에서 괴로워하는 조엘에게 우리가 서로 잘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거라며 공감을 표합니다. 지워지는 기억 속에서 서로는 참 애틋하죠.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나지만 "괜찮다"는 그들의 말처럼 계속해서 서로의 관계가 괜찮기를 바라게 됩니다.
지금까지 영화 <이터널 선샤인> 줄거리 및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