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순간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
영화 <아가씨> 이후로 6년 만에 나온 영화라고 하죠? 박찬욱 감독의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 <헤어질 결심>입니다. 헤어질 결심은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가 시작되게 되는데요, 바로 산에서 추락해 사망한 기도수라는 사람의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기도수는 자신의 물품에 KDS라는 이니셜을 새기고,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험난한 등산 여정을 찍는 등 과시적이고 소유욕이 강한 사람입니다. 이를 수사하던 경찰 해준은 사망한 그의 아내 서래를 만나게 됩니다. 많은 사건이 그렇듯 사망자의 가장 가까운 아내부터 조사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해준의 동료가 처음 딸이라고 오해할 만큼 둘의 나이 차이는 상당하고, 외모도 빼어난 서래는 중국인으로, 한국말에 서툴며 노인 전문 간병인으로 근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몇 가지 조사를 거치며 서래의 간병 생활까지 잠복 근무를 하며 그녀를 지켜보던 해준과 동료 경찰은 이내 그녀가 무고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해준은 자신과 비슷한 구석을 가진, 아름다운, 그리고 얼핏 신비로운 서래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사건이 종결되고 둘 사이는 서로의 집에 오가며 음식을 해 줄 정도로 점점 가까워지던 중 해준이 서래의 간병을 받는 할머니의 집에 가게 됩니다. 기도수가 죽은 월요일에 간병을 받는 이 할머니는 서래와 정서적으로 아주 친밀하고 서래와 같은 핸드폰을 쓰기까지 하는데요. 이때 해준이 할머니의 핸드폰에서 노래를 틀어주려다 계단 오르기 앱에 138층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상식적으로 간병을 받는 할머니가 138층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은 불가능한데요. 결국 이것은 서래가 기도수를 쫓아 산에 오르던 날, 할머니의 핸드폰을 사용해 뒤를 밟아 그를 죽였다는 결론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결국 상황을 철저히 이용하고 조작한 서래에게 해준은 이별을 고하고, 사실을 덮게 됩니다. 이후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게 된 해준은 아내의 직장을 따라 영화 상 지역인 안개가 많은 이포군으로 거처를 옮기고, 수면클리닉도 함께 받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해준은 시장에서 서래와 재회하게 됩니다. 서래는 새로운 남편을 만난 모습이었는데요. 그러나 이 남편 역시 이윽고 수차례 칼로 찔려 죽은 채 발견되게 됩니다. 다시금 수사를 통해 서래와 마주치게 된 해준은 서래를 의심하게 되지만, 진범은 따로 있었습니다. 이후 해준과 서래는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번 서로의 마음을 비치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상황을 서래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해준이 서래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시도하지만 이미 서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죽음을 택할 결심을 하게 됩니다. 밀물이 오기 전 해변에 모래 구덩이를 파 그 안에 들어가 죽음을 기다리던 서래를 해준은 열심히 찾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해준 앞에 서래는 결국 해준의 영원한 미결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볼 때마다 몰입해서 여러 번 돌려 보고 싶은 영화
도입부에서 말했듯 녹음, 메시지, 통화 등 여러 대화가 오가는 것을 화면에 독특한 미장센으로 배치하며 이목을 끄는 영화였습니다. 전체 맥락 역시 잘 짜여져 대사나 장면, 웃음, 행동 등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끝도 없이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처음 영화에 대해 박찬욱 감독의 상업 영화라는 말을 들었는데요, 그에 맞게 이전에 봤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와는 달리 사랑이 큰 주제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살인 사건이라는 줄기가 있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고, 이와 더불어 인물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영화가 끝나게 됩니다. 또, 배우 탕웨이의 어눌한 한국어 연기와 신비로운 분위기가 몰입감을 더 높여 주어 영화의 전반 매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요. 이 때문에 서래라는 배역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빠져 들어가며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배우 박해일의 무겁고 진중한 연기 역시 영화 전반의 톤과 잘 어울려 캐스팅이 정말 좋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영화 <헤어질 결심>의 줄거리 및 느낀 점이었습니다.